7편에서는 대지 위에 집을 어떻게 배치할지 살펴봤다. 배치가 정해지면 다음은 집 안의 공간을 계획할 차례다.
단독주택 평면을 계획할 때 방의 개수와 거실 면적부터 정하는 경우가 많다. 집의 규모에 여유가 있으면 방과 거실을 더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방과 거실의 크기만큼 각 활동을 어디에서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거실로 옮겨 개거나, 손빨래를 욕실 세면대에서 해야 하는 집이 있다. 테라스에서 식사할 때마다 접시와 조리도구를 주방에서 여러 차례 가져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면적은 충분해도 생활에 필요한 공간이 빠져 있으면 집을 사용하는 과정이 번거로워진다. 단독주택 평면계획은 가족의 생활방식에 맞춰 공간의 크기와 관계를 정하는 과정이다.
1. 단독주택 평면계획, 방의 개수보다 가족의 하루를 먼저 고려한다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는 평면계획을 시작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된다. 그러나 같은 수의 방을 가진 집이라도 가족이 생활하는 방식에 따라 평면은 달라져야 한다.
집에서 자주 요리하는 가족이 있고, 재택근무나 악기 연주에 많은 시간을 쓰는 가족도 있다. 손님을 자주 맞이하는 집은 식사와 대화를 위한 공간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방의 개수를 확정하기 전에 집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어떤 활동을 매일 하는지, 소음이나 사생활 때문에 독립된 방이 필요한지, 한 공간을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예를 들어 가끔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방을 항상 비워두기보다는 평소 서재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 객실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매일 재택근무를 한다면 거실 한쪽의 책상보다 별도의 업무공간이 적합할 수 있다.
피아노를 둘 계획이라면 설치 면적뿐 아니라 소리와 사용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차를 마시는 공간이 필요하더라도 반드시 독립된 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생활에 따라 다이닝 공간 한쪽에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 평면계획의 출발점은 방의 개수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집에서 보내는 하루를 파악하는 일이다.
2. 개인공간의 관계를 정리한다
거실과 식당은 가족이 함께 사용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침실은 휴식과 수면을 위한 개인공간이다. 두 공간의 위치 관계에 따라 같은 면적의 집도 생활 편의가 달라진다.
거실 바로 옆에 침실 출입문이 있다면 밤늦게 TV를 보거나 대화할 때 소음이 전달될 수 있다. 현관에서 침실 내부가 곧바로 보이는 평면은 사생활 측면에서 불편할 수 있다. 손님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 침실 앞을 지나야 하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2층 주택은 1층에 공용공간, 2층에 침실을 배치해 영역을 나누기도 한다. 다만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거나 오랜 기간 생활할 집이라면 1층에도 침실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공간을 분리한다고 해서 벽이나 복도를 많이 만들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활동하는 시간과 각자 쉬는 시간이 서로 방해받지 않도록 공간의 관계를 정하는 것이다.
3. 현관·주방·세탁실의 생활동선을 연결한다

평면도에서 두 공간 사이가 가까워 보여도 실제 이동은 방문과 가구, 물건을 보관하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장을 본 뒤 현관에서 식재료 보관 장소를 거쳐 주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세탁 역시 세탁기까지 가는 거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빨랫감을 모으고, 세탁하고, 말리고, 개거나 다림질한 뒤 보관하는 과정이 하나의 생활동선이다.
아파트에서는 주방 옆 다용도실에 세탁기 자리만 마련된 경우가 있다. 이때 세탁물을 꺼내 다른 공간에서 말리고, 거실 등으로 옮겨 개는 생활이 이루어진다. 이런 이동이 반복되면 다용도실과 다른 생활공간을 계속 오가게 된다.
단독주택은 건축주의 생활방식에 맞춰 별도의 실내 세탁실을 계획할 수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 외에도 자연건조를 위한 건조대, 빨래를 개거나 다림질할 작업대, 세제와 세탁용품을 보관할 수납공간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이다.
양말이나 오염된 옷을 애벌빨래하는 가정에는 작은 개수대가 유용하다. 개수대가 없으면 손빨래를 위해 욕실 세면대까지 이동하게 된다. 세탁물을 널어 말리는 방식을 선호한다면 채광과 통풍을 고려한 창과 환기 방식도 필요하다.
세탁실이 실내 생활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도 중요하다. 세탁실을 이용할 때마다 슬리퍼를 갈아 신거나 외부와 같은 공간을 거쳐야 한다면 가사 동선이 끊길 수 있다. 실내에서 맨발로 이동해 세탁과 정리를 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일상적인 사용이 한결 편리하다.
🔴 생활동선은 평면도 위의 거리보다 가사 일을 시작해서 끝내기까지 실제로 거쳐야 하는 공간을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4. 거실 면적보다 가구 배치와 공간의 쓰임을 확인한다
거실의 면적이 넓어도 창과 방문, 통로가 여러 방향에 있으면 소파와 TV를 놓을 만한 벽이 부족할 수 있다. 식당 역시 식탁이 들어가는 것과 의자를 빼고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평면을 검토할 때는 소파, 식탁, 침대, 책장, 냉장고 같은 주요 가구를 실제 크기에 가깝게 배치해야 한다. 방문과 가구 문을 열었을 때 서로 부딪히지 않는지, 사람이 지나갈 통로가 남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집의 면적에 여유가 있다면 방과 거실의 크기만 늘리기보다 활동에 맞춰 공간을 세분화하는 방법이 있다. 다이닝, 서재, 피아노를 치는 자리, 차를 마시는 자리 등이 그 예다.
이 공간들이 모두 독립된 방일 필요는 없다. 사용 빈도와 필요한 사생활 수준에 따라 한 공간 안에서 가구 배치로 구역을 나눌 수도 있다.
주방 옆 식사공간은 조리 방식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기를 굽는 등 연기와 냄새가 많이 나는 조리를 자주 한다면 식당을 항상 완전히 개방할지, 필요할 때 분리할 수 있을지 검토할 수 있다. 미닫이문이나 가변형 칸막이를 계획하더라도 조리공간의 환기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면적이 큰 공간보다 가족이 원하는 활동을 불편 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실제로 쓰기 좋은 공간이다.
5. 복도·계단·욕실을 남는 공간에 배치하지 않는다
복도와 계단은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계획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매일 사용하는 이동공간이 좁거나 불편하면 집 전체의 사용감에 영향을 준다.
2층 주택의 내부계단은 물건을 들고 오르내리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르면 일상적인 이동이 불편하고, 큰 가구를 2층으로 옮길 때도 제약이 생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계단을 여유 있게 계획해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집 안의 공간감도 살릴 수 있다. 계단에 적용되는 법적 기준은 주택의 규모와 구조에 따라 달라지므로 설계 단계에서 건축사가 확인해야 한다. 법적 기준의 충족 여부와 별개로, 가족이 편하게 사용할 계단인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욕실도 변기·샤워기·세면대가 들어갈 면적만 확보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샤워하거나 머리를 감은 뒤 어디에서 몸과 머리를 말리고, 사용한 물건을 정리할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욕실 안에서 머리를 말리고 정리하는 생활방식이라면 세면대 주변의 젠다이와 수납공간을 여유 있게 계획할 수 있다. 드라이어를 놓고 사용할 자리, 수건 보관 장소, 거울 앞에서 움직일 공간이 갖춰지면 침실이나 복도에 나와 머리를 말릴 필요가 줄어든다. 떨어진 머리카락도 욕실 안에서 정리하기 쉽다.
드라이어를 위한 전기설비는 물이 튀는 위치와 안전기준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계단과 욕실의 설계기준은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의 단독주택 건축 안내를 참고하되, 실제 적용 여부는 건축사가 해당 설계조건에 맞춰 확인해야 한다.
6. 수납공간과 설비공간은 처음부터 자리를 정한다
수납은 전체 용량뿐 아니라 어떤 물건을 어디에 보관할지가 중요하다.
식자재를 위한 팬트리는 주방 가까이에 두는 편이 사용하기 좋다. 반면 계절마다 꺼내는 물건과 청소도구까지 같은 곳에 쌓아두면 자주 쓰는 식자재를 꺼내기 불편해질 수 있다. 식자재와 계절용품은 사용 빈도와 위치를 기준으로 보관 장소를 나눌 수 있다.
현관에는 신발 외에도 우산, 외투, 택배 물품 등이 놓인다. 세탁실에는 세제와 빨랫감을 보관할 자리가 필요하다. 수납공간 하나를 크게 만드는 것보다 물건을 사용하는 장소 가까이에 적절히 나누어 배치하는 방식이 생활에 맞을 수 있다.
설비공간도 마찬가지다. 보일러, 분배기, 전기분전반, 통신장비는 설치할 자리만 있으면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고장이나 교체가 필요할 때 사람이 접근해 작업할 공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입주 후에는 벽을 옮겨 수납공간을 새로 만들거나 설비 위치를 바꾸기 어렵다. 물건과 설비의 자리는 초기 평면계획에서 함께 검토해야 한다.
7. 지금의 생활과 앞으로의 사용 방식까지 고려한다
가족의 생활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다. 자녀방을 서재로 사용하게 될 수도 있고, 재택근무를 하던 방이 취미실로 바뀔 수도 있다. 방 하나를 계획하더라도 가구와 출입문 위치를 지나치게 한 가지 용도에만 맞추지 않으면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마당이나 테라스의 사용 방식도 실내 평면과 관련이 있다. 1층에서 사용할지, 2층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할지에 따라 연결되는 실내 공간과 필요한 수납이 달라진다.

테라스에서 음식을 자주 만들어 먹을 계획이라면 접시, 집게, 간단한 조리도구를 가까이에 둘 자리가 필요하다. 사용할 때마다 실내 주방에서 집기를 옮겨야 한다면 테라스가 있어도 이용하는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사용 빈도가 높다면 테라스와 가까운 곳에 전용 수납장이나 간이 작업대를 계획할 수 있다. 작은 싱크대 등 물을 쓰는 시설까지 고려한다면 급배수, 방수, 겨울철 동파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가끔 사용하는 테라스라면 고정시설을 많이 두기보다 간단한 수납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테라스를 어느 층에 만들 것인가와 함께, 그곳에서 무엇을 얼마나 자주 할 것인가가 평면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
평면도를 검토할 때는 가족의 하루를 대입한다
평면도를 받은 뒤에는 방의 개수와 면적을 확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외출하는 과정, 장을 본 뒤 식재료를 정리하는 과정, 빨래를 모아 세탁·건조·다림질하는 과정, 테라스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평면 위에서 따라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물건을 둘 자리가 빠져 있거나 같은 길을 여러 번 오가야 한다면 공간의 위치와 크기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
단독주택 평면계획에 모든 가족에게 맞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러나 가족이 실제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평면에 대입할수록 면적만 넓은 집이 아닌, 생활하기 편한 집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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